오늘은 김구 선생의 문화관과 오늘날 K-대중문화의 연관성을 주제로 이야기할 생각이다.
1.“오직 문화의 힘”을 강조한 김구의 철학
김구 선생은 조선 말기부터 해방 이전까지 격동의 근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인물이다. 독립운동가, 교육자, 정치가로서 활동했던 그는 단순히 일제의 억압에 맞선 것 이상의 비전을 품고 있었다. 그가 남긴 수많은 말 중에서도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가장 유명한 문장이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오직 한없이 문화가 높은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이 문장은 그가 자서전 『백범일지』를 통해 남긴 철학적 유산이다. 당시 세계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중심으로 패권을 다투던 시기였고, 조선은 그러한 세력 간에 짓밟히며 식민지가 된 상황이었다. 그 속에서 김구는 무력이나 국토의 확장보다, 인간의 정신과 삶의 품격을 결정짓는 ‘문화의 힘’을 중심에 두는 국가상을 그렸다.
그의 사상은 시대를 앞서 있었다. 당장은 총칼보다 약해 보일 수 있지만, 문화는 국민의 정체성을 지키고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라는 믿음이었다. 이 사상은 오늘날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K-POP, K-드라마, K-영화, K-웹툰 등 한류 콘텐츠의 확산과 맞닿아 있다. 문화가 곧 국가의 정체성을 알리고, 존경받는 기반이 된다는 김구 선생의 철학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2.문화로 세계를 움직이는 대한민국: 김구의 꿈은 이루어졌는가?
2020년대를 사는 대한민국은 문화 강국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방탄소년단(BTS)은 UN 연설과 백악관 방문까지 했고, 블랙핑크는 전 세계 투어를 성공시키며 글로벌 톱 걸그룹으로 성장했다.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을, <미나리>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주목을 받았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세계 스트리밍 플랫폼 순위 1위를 기록하며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 모든 흐름의 저변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꾸준히 쌓아온 문화적 감수성과 창작력이 있다. 김구 선생이 말했던 ‘한없이 문화가 높은 나라’라는 비전이, 오늘날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의 한류가 단순히 대중성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콘텐츠는 서사 구조의 힘, 인간 내면의 감정, 공동체적 가치, 윤리의식 같은 깊은 정서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우리 민족이 겪은 분단, 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 복잡한 역사적 경험에서 기인하며, 바로 김구 선생이 강조한 “정신 문화의 힘”과 연결된다.
K-POP 그룹들의 노래 가사에는 자기 정체성과 자아 탐색, 사회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담겨 있고, 드라마와 영화 속에는 한국적 가족관계, 정의관, 억울함에 맞서는 서사들이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선, 문화 철학이 있는 콘텐츠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3.김구의 정신, 오늘날 창작자에게 주는 질문
지금 우리는 김구 선생이 바라던 모습에 도달한 걸까? 문화 강국이 된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김구 선생은 단순히 세계에서 유명해지는 것이 아닌, 문화의 ‘수준’과 ‘품격’을 중시했다. 지금의 K-콘텐츠는 많은 면에서 성공적이지만, 상업성과 대중성에만 치우치면 그 본질을 잃을 수 있다. 한국 콘텐츠가 진정한 ‘문화 강국’의 콘텐츠로 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세계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을 넘어서 인류 보편의 가치에 기여하는 콘텐츠, 인간의 정신을 일깨우는 스토리, 타 문화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함께 담아야 한다.
또한 창작자들은 더 이상 국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민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더 섬세하고,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김구 선생이 꿈꾸던 ‘문화로 세상을 이끄는 나라’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길일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문화와 현대 기술, 세계시장 전략과 민족 정체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창작의 문제가 아니라, 김구가 그토록 강조했던 ‘정신적 문화 민족’으로서의 자세를 다시 상기시켜야 하는 시점이다.
김구 선생의 “문화가 높은 나라”라는 이상은 단순한 과거의 문장이 아니다. 오늘날 K-대중문화가 세계를 감동시키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의 사상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유명세를 넘어, 문화의 질과 깊이, 그리고 사회적 책임까지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화는 총보다 강하고, 경제보다 오래간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김구 선생이 바랐던 ‘문화로 존경받는 나라’의 길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