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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 하루 1개 신문 사설 필사 실험기

by 홍이나라 2025. 7. 7.

오늘은 “매일 신문 사설 하나를 정해서 필사하면, 내 글이 달라질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필사로 생긴 변화
필사로 생긴 변화

1. 왜 하필 ‘신문 사설’인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특히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써야 더 읽히는 글이 될까’, ‘문장을 매끄럽게 만드는 법은 뭘까’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 나 역시 그랬다. 많은 글쓰기 책과 강의를 접했지만, 실제로 글쓰기 감각이 확 늘었다고 체감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필사’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필사란 말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이다. 시를 베껴 쓰기도 하고, 좋아하는 문학 작품의 문장을 노트에 옮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신문 사설은 정보와 의견, 논리와 감정이 균형을 이루는 글이다. 짧은 분량 안에 명확한 논지를 담고, 논리적인 흐름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게다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최신 사설은 주제가 늘 바뀌므로, 다양한 분야의 사고력까지 자극해줄 수 있다. 책 한 권을 베끼는 것보다 더 역동적인 훈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실험을 시작했다. 30일 동안 하루에 한 편씩 신문 사설을 고르고, A4 용지에 손으로 베껴 쓰기로 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흥미롭고, 예상 밖의 ‘감각의 변화’를 안겨주었다.

2. 손으로 베껴 쓰는 동안 생긴 5가지 변화

1) 문장 구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단순히 글자를 옮겨 적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단어의 배치, 문장의 리듬, 접속사의 사용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 이 문장은 이렇게 길게 썼지만 뒤에 반전을 넣었구나",
"여기선 짧은 문장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네."
이런 식으로 글의 '뼈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막연히 ‘잘 썼네’ 하고 지나갔던 글도, 구조를 보며 ‘왜 좋은지’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2) 논리 전개 방식이 익숙해졌다

사설은 독자를 설득해야 하기에 논리의 흐름이 중요하다. 어떤 사설은 첫 문장에서 결론을 던지고, 어떤 사설은 배경 설명 후 문제점을 지적하며 천천히 쌓아간다. 이런 전개 방식은 하나의 패턴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글을 쓸 때 ‘배경 → 문제 제기 → 근거 → 해결책’ 이런 논리적 틀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었다.

 

3) 어휘 선택의 감각이 생겼다

신문 사설은 감정 과잉 없이도 정확한 뉘앙스를 전달하는 단어들을 잘 고른다.
예를 들어, ‘문제가 있다’ 대신 ‘지속적인 결함이 드러난다’,‘반대한다’ 대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같은 표현들.
이런 문장들을 직접 손으로 쓰면서 그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를 체감하게 된다. 단순한 말보다 어떻게 말하면 더 설득력 있는 문장이 되는지를 몸으로 익히게 된 것이다.

 

4) 손의 감각과 두뇌가 연결된다

키보드로 글을 쓸 때는 빠르게 생각하고 빠르게 잊는다. 하지만 손으로 쓰는 동안은 문장을 머릿속에서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어떤 단어를 쓸까? 맞춤법은 맞나? 문장의 끝맺음은 자연스러운가?
이런 고민이 ‘자동적 사고’가 되며, 글쓰기에 대한 집중력도 높아졌다. 그 결과, 글을 쓸 때의 멈칫거림이 줄어들었다.

 

5) 글쓰기의 ‘체력’이 생겼다

매일 한 편을 쓰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보통 15~20분 정도 걸렸고, 집중이 흐트러지면 한 문단을 두세 번 다시 써야 했다. 하지만 10일, 20일이 지나면서 놀랍게도 글쓰는 시간이 점점 줄었다. 글을 읽고 베끼는 속도,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는 시간, 손의 리듬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늘도 하나 썼다”는 작지만 확실한 성취감이었다.

3. 필사를 ‘실험’으로 해보면 보이는 것들

이번 30일 실험을 마치고 느낀 가장 큰 수확은, 필사가 단순한 반복 훈련이 아니라 감각을 훈련하는 방법이라는 점이었다.
처음엔 “그저 베껴 쓰는 게 뭐 도움이 될까?”라는 의심도 있었지만,

문장을 더 정확히 읽게 되었고

표현을 더 깊이 음미하게 되었고

글쓰기의 리듬과 톤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다. 작은 훈련의 축적이 어느 순간 '느낌'으로 바뀐다. 필사를 단순 암기나 따라하기로 접근하기보다는, 실험처럼, 관찰처럼, 자기 감각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해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꼭 신문 사설이 아니어도 된다.
좋아하는 에세이, 칼럼, 광고 문구, 영화 대사 등 ‘완결성 있는 짧은 문장’을 필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하루 1개, 30일간 지속하는 것이 핵심이다.의외로 하루 15분만 투자해도 내 글쓰기가 조금씩 ‘다르게’ 바뀌기 시작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면, 필사를 추천한다. 단, 맹목적인 반복보다 '관찰'의 자세로 임해보자.
나는 30일 동안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고, 노트를 펼쳐 사설 한 편을 베꼈다.
글을 잘 쓰게 되었느냐고?
확실한 건, 글을 '다르게 쓰게' 되었다.

단어를 고르는 감각이 섬세해졌고, 문장을 끊는 위치가 달라졌으며, 글을 쓰는 데 드는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었다.
글쓰기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다면, 직접 써보는 것, 그것도 천천히, 매일 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